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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한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전시의 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창제되고1446년 ‘훈민정음(訓民正音)’ 이란 이름으로 발표된 우리의 한글은 그 이름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에서 알 수 있듯 백성을 배려하여 만들어진 우리의 글이다. 이와같이 창제의 아름다운 의도를 가진 우리글 한글은 창제자와 창제원리, 창제시기를 알수 있는 세계 유일의 문자이며 소리가 나는 원리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문자임이 국제적으로 입증되었다. 또한 1997년 유네스코는 훈민정음을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하였고 매년 9월 8일을 ‘세계 문해의 날( International Literacy Day)’ 로 지정하고 문맹퇴치에 많은 공헌을 한 이들이나 단체에게는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 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수여하고 있다. 우리의 글 한글은 그 사용함에 우수함 뿐만이 아니라 이와같이 아름다운 마음을 품은 우리의 글이다. 이번 전시는 이런 우리글 한글의 외적, 내적인 아름다움을 창조적으로 표현한 다양한 작업들로 구성된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인 발음기관의 모양과 천지인의 기본요소를 가지고 작업한 김정택은 삼각, 사각, 원과 천지인의 각 요소들을 그의 작업에서 재조합한다. 이는 인간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조형 형태로 나타나게 되며 작가는 이를 통해 자기세계를 넘어서 서로 소통함으로 이루어지는 인류애를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인류애의 맥락에 또한 김일수의 작업이 있다. 김일수는 세종의 한글창조의 동기에 관심을 가진다. 낮은 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글. 그 한글이 탄생전에 겪어야 했던 수많은 어려움, 고난과 상처는 날카로운 핀이 된다. 2만개가 넘는 이 아픔의 핀들은 함께 모여 ‘ㅇ’와 ‘ㄹ’과 같은 문자가 된다. 또한 이 인류애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상징의 과정을 거쳐 석용 이주환의 작업에 나타난다. 승려로서 부처의 가르침을 향한 정진을 보여주는 불두화(佛頭花)는 부처의 머리를 닮은 꽃으로 그 작은 꽃잎들은 김일수의 핀과 같은 선상에 있다. 중생을 향한 자비의 가르침을 석용은 작은 꽃잎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내는 인내의 반복적이며 명상적인 행위를 통해 조형화하며 이는 아름다운 꽃의 모양으로 드러난다.
한글의 순수한 조형미에 관심을 가진 유경수는 그의 작업의 제목을 <무제>라 정하며 순수 조형성이외의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배제하고자 한다. 함축적인 형태와 거울에 비친 듯한 자모의 모습은 언어를 떠난 한글의 순수조형적 아름다움을 경험케 한다. 김현정 역시 이와 같은 언어의 순수조형요소에 관심이 있다. 점자를 구성하는 점의 조합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김현정은 사랑이란 단어의 한국어, 영어, 점자를 조합하여 금박과 진주를 사용한 새로운 형태의 시각언어를 만들고자 한다. 이 겹쳐진 언어로 탄생되는 형태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그의 삶이며 사랑이란 단어에서 느끼는 개인적 경험이 재료를 통해 물성화되어 보여진다.
언어는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생각을 표현하며 소통하고 지식을 남기며 습득할 수 있다. 또한 문학의 형태로 보여지는 언어는 우리를 상상케하고 이는 마치 마음에 펼져진 그림과 같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권효빈의 작업은 수필가 최민자의 수필이나 조선시대학자 송순의 시조를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시조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권효빈의 글과 그림의 조화는 한국의 문인화와 한글서예의 매력이 한 화면에 담아져 있으며 그 조합은 이세대를 살아가며 문학작품을 통하여 투영한 그의 생각을 읽고 공감하게 한다. 이러한 문학적인 접근은 마치 우리의 삶을 이야기 하는 듯한 육영란의 작업에서도 볼 수 있다. 육영란은 예전 어머니의 밥상위에 얹혀있던 조각보의 따뜻한 기억을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의 어진 마음과 비교하며 이를 하나로 엮어 작업하려 하였다. 이건임 역시 세종의 한글창제과정을 마치 이야기책에 적혀 있는 것과 같이 시각화하여 설명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삶의 한 장면이 우리가 책를 폈을때 펼쳐지는 것과 같이 한글과 관련된 내용들이 책의 펼쳐진 페이지들 속에 그려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정영순의 작업에서 상상의 날개를 단다. 의인화된 고래는 그의 바다에 대한 추억으로 한글이 세대에 남긴 발자취를 보여주며 고래의 노래는 진화 발전하는 한글의 역사를 표현한다.
우리 삶의 한 이야기로서의 한글은 윤판기의 작업에서 또한 역동적인 모습으로 보여진다. 윤판기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28년 만에 전 종목을 석권 했을때의 감동의 순간을 고전서예, 현대서예, 캘리그래피를 융합하여 그가 개발한 '하이그라피'라는 서체를 통하여 표현한다. 일상에서 느끼는 순간의 경험과 감동은 그의 하이그라피를 통해 독특하고 힘차게 나타나고 있다. 공예가 장석순은 불을 밝히는 스탠드의 갓을 훈민정음의 내용을 넣어 만들었고 은은한 불빛이 훈민정음의 글을 통하여 나오게 된다. 이것은 문맹의 어두운 현실을 밝히는 한글의 역할을 설명하며 또한 한글이 빛을 발하듯 앞으로 무한히 빛나 발전하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이번 전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한글의 내적 외적인 아름다움을 해석하고 창조적으로 접근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본 전시를 통해 우리의 삶속에 간과되고 있던 한글의 아름다움을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속에 드러내고 나누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미문화예술재단
미술분과위원장
김현정